한 주부는 머릿속에 이상야릇한 장면들이 빙빙 돌아 하루 종일 속이 갑갑하고 머리가 어지럽다. 한 직장 여성은 성 욕구 해소를 위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 인터넷을 뒤적이느라 딸의 저녁을 분식집에서 시켜준다는 여자도 있다. 야동과 야설에 빠진 여자들의 이야기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포르노를 접하게 된 것은 세계 1위의 초고속 인터넷 덕분이다. 인터넷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쇼핑이고, 두 번째는 카페 가입, 세 번째는 포르노와 만난다고 한다. 그만큼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포르노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주부 김수진씨(가명·37)가 포르노를 처음 접한 것은 연예인들이 방송 중 실수한 동영상을 보라는 광고 때문이었다. 클릭을 하자 바로 포르노 사이트로 접속되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밤, 심심풀이로 인터넷을 하다 ‘낚은’ 것이다. 처음에는 전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 있는 광고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 예인 방송 중 팬티 노출 사고, 혹은 ‘연예인 각선미 누가 예쁘나’ 등의 제목만 보고 들어가면 놀랍게도 김씨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직장인 김민영씨(가명·32)는 야근을 하다 공유 파일을 서로 주고받는 모 프로그램을 통해 노트북에 포르노를 다운받았다. 그런 게 있는 줄은 알았지만 관심조차 갖지 않던 김씨는 공유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아보다 엉뚱한 길로 빠진 것이다. 또 다른 주부 민지수씨(가명·39)는 여성 포털 사이트에서 포르노와 야설을 처음 접했다. 심심풀이로 야설 방을 들락거리며 야설을 받기 위해 메일 주소를 남겼다. 그랬더니 포르노 사이트 가입을 권유하는 이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날아들었다. 덕분에 허거덕이나 섹시녀, 토파즈, 야생녀 같은 아이디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야동에 빠지게 만드는 ‘배달 시스템’은 더 놀라웠다. 몇 번 자료(?)가 오더니, 친절하게도 다음번엔 카페 주소를 알려준다. 카페에서는 “어디가 가장 쌔끈한가”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중 몇 개가 김씨의 즐겨찾기 목록에 자리를 잡으면서 김씨는 서서히 야동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여성 포털 사이트에는 ‘황소’라는 게 있다. 일종의 포르노를 배급해주는 보급소 역할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은 “널리 인간을 해롭게 하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듯, 친절하게 야동을 전달해준다. 그것도 초짜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고난도 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초짜들의 ‘존경’까지 받는다. 

   야동에 빠진 주부들은 들키지 않기 위해 공부 중 야동에 빠진 주부들은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공부하고, 배우는 중이다. ‘클린 업’에 대한 교육이 그것. 하루 종일 들락거린 사이트를 지우는 법, 다운로드한 것을 지우는 법,정말 급하면 윈도를 다시 까는 법 등을 깨우친다. 여성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클린 업’과 관련된 질문들이 자주 올라온다. 야동을 보다가 들킬 경우 둘러대는 방법도 가지가지.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을 속이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여자들이 포르노를 보면 얼마나 보겠어”라는 남자들의 심리가 여자들의 ‘야동 접근’을 부추기고 있다.  일한다는 핑계를 대고 노트북 소리를 줄인 채 포르노를 보다,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남편에게 들켰다는 정무희씨(가명·33). 그녀는 공유 프로그램을 처음 배워서 다운로드했는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상한 게 떴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남편은 키를 잘못 누르면 이상한 화면이 뜰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남자들이 어떤 걸 보는지 궁금해서 호기심에 한번 봤다”는 변명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먹히는(?) 변명거리다. 거듭된 외도나 잦은 회식 등 남편들도 켕기는 게 있는지라, 알고도 모른 척해주는 경우다.

  포르노는 쇼핑 중독이나 바람피우는 것과 달리 심리적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여자들이 빠져들 확률이 높다. 쇼핑을 하느라 가산을 탕진할 위험도 없고, 남의 남자를 탐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도 덜하다. 남 편들은 우울하고 외로운 여자들이 인터넷 등 현실과 유리된 세계에 탐닉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간과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포르노와 같은 왜곡된 성적인 에너지다. 여자란 자고로 집에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남편들의 안이한 생각. 그 무관심 탓에 아내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야동에 조금씩 젖어드는지도 모른다.  주부 김화영씨(가명·33)는 남편이 늦게 들어오자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채 포르노를 접했지만 지금은 남편이 일찍 들어오는 게 싫다.

  당연히 한 달에 두어 번 있던 남편과의 잠자리도 소원해졌다. 재미없음이 그 이유다. 삽입 후 50번을 넘기지 않는 남편과 ‘백만돌이’처럼 체위를 바꿔가며 하는 포르노 배우들이 비교가 안 되려야 안 될 수 없다. “그냥 짜증이 나고 갑갑해요. 세상에는 남편 말고 다른 남자도 있는데 나는 남편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없잖아요. 하고 싶으면 그냥 자위를 해요.” 

  김씨가 하루 평균 포르노를 보는 시간은 4~5시간. 다음 장면이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본 것을 또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포르노가 성에 대해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그것을 보고 있으면 자극을 받는다.  “진액이 다 빠지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해요. 현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어떻게 안 돼요.” 섹스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섹스를 하는 것 이상으로 에너지가 소비되고, 그로 인한 욕구 불만까지 쌓여 두어 달 사이 살이 7kg 정도 빠질 만큼 육체적으로도 힘이 든다. 속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보약을 먹으라고 권할 정도다.

  직장 여성인 배인화씨(가명·40)는 머릿속으로 포르노를 돌리다 온몸이 흥분되는 경험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팬티를 두어 장씩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닌다. “개인적으로 섹스에 흥분할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흥분이 되는 거예요. 그게 너무 좋고, 또 그렇게 흥분하니까 외모에도 자신이 생기고.” 처음에는 포르노가 거의 행운의 여신이었다. 갱년기를 앞두고 왠지 모를 권태와 짜증에 시달리다 포르노를 접한 뒤에 생기가 돌았다. 다시 흥분을 하고, 그로 인해 ‘여성’임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회사에서도 툭하면 비데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동료들은 배씨가 치질이나 변비로 고생하는 줄 알고 있다. 그때는 이미 일은 손을 떠난 뒤였다.

  일이 하루 종일 손에 안 잡혀 야근하기 일쑤고, 집에까지 일을 갖고 가서 일한다는 핑계로 노트북으로 포르노를 틀어대고 있다. 당연히 그 다음날 두 눈이 움푹 들어간 채 출근을 한다. 모 진영씨(가명·35)는 자신이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야설을 쓰고 있는 작가로 느껴질 때가 많다. 야설을 읽다 보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도 한번 써볼까 하는 충동이 인다. 글이라고는 일기 말고 써본 적이 없지만 야설은 또 달랐다. 맞춤법을 몰라도 글을 못 써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간혹 섹스에 대한 상상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반응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야설을 쓰고, 또 그 야설을 올리느라 이런 저런 사이트를 찾아다니고 있다. 이미 야설방에서 그녀는 작가로 통한다. 대신 야설에 홀려 있는 사이 집안 꼴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청소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은 딸과 함께 분식점과 중국집을 번갈아가면서 시켜 먹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그녀를 인터넷하느라 바쁜 엄마라고 생각한다.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짜증 좀 내지마” “왜 사람을 그렇게 보는 거야”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이미 폐인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 우울증을 동반하므로 더욱 심각하다. 화상 채팅 같은 커뮤니티, 일탈 가능성 높아 지극히 위험  주부 이영진씨(가명·36)는 얼마 전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다. 포르노 사이트에 가입된 회원들을 검찰에서 조사한 적이 있다. 이씨는 신용카드로 포르노 이용료를 결제하고 있었다. 또 남편이 혹시나 볼까봐, 컴퓨터 이용 흔적을 지우느라 늘 긴장 상태다.  이씨는 포르노를 끊으려고 하지만 끊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렇게 하다가는 생활이 다 망가질 것 같아서 접속을 안 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새로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자신에게 좌절하고 있다. 

그때마다 그쪽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최근에는 공짜 야설방과 소프트 동영상을 올리는 사이트, 남편이나 애인의 성기나 특정 부위를 사진 찍어 올리는 곳 등의 커뮤니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포르노 중독이면 오히려 사태가 단순한데, 이런 곳은 좀 더 위험하다. 일탈의 가능성이 공존하는데다, 심리 상태가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상 캠을 이용한 채팅은 바로 일탈과 연결되고, 그게 아니더라도 폰카로 충분히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다. 사이버 세상에서 일종의 관음적 노출에 빠져드는 것이다. 관음적 심리는 일종의 변태 성욕이라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야동에 빠진 여자들,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포르노와 섹스는 별개, 포르노 중독은 ‘조절’이 필수”  포르노는 도박이나 경마, 섹스와 같이 행위 자체가 중독은 아니다. 그러나 쇼핑 중독처럼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고, 인터넷 중독의 하위 장르의 하나로 설정할 수 있다. 모든 중독은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가 내성이다. 만족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집착이다. 세 번째는 조절 불능. 네 번째는 강하게 열망하는 구갈이다.

포르노에 탐닉하는 것을 두고 중독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무의미하고, 이미 생활이 망가졌다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포르노와 실제 섹스는 전혀 다르다. 보다 과잉된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포르노의 섹스에 대한 왜곡된 측면이다. 심리적으로 보면 관음증 같은 변태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포르노에 탐닉하는 것은 관음증만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 문제는 포르노에 탐닉하면 할수록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제한되면서 실제 생활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 만족하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포르노는 포르노고, 섹스는 섹스다.  포르노나 야동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도박이나 쇼핑 중독과 달리 후유증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심심풀이 혹은 기분 전환용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과 달리 포르노 중독은 ‘조절’ 치료 방법이다.  중독에서 지금 본인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예전에 하던 것 중 지금은 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작성해서 중요도를 비교해 보도록 한다. 그동안 회피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현실 감각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인간 관계를 회복하고, 우울하거나 불안해질 때 이용할 대체물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