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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이 인간사에 끼어들지 않았던 적은 없다. 개인적인 갈등 해소나 인간관계를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또한 연인들이 그들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 등 그 쓰임새 역시 각양각색이다.
술의 기능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남녀의 사랑 행위 시 빠져서는 안 될 물질로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최음의 기능이다. 가끔 병원을 찾는 발기부전 환자들이 술 한 잔 마시고 잠자리를 시도했을 때 사정 시간이 지연됐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꺼내는 것도 술의 힘을 은근히 믿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과연 술은 사랑의 묘약일까?
◇억압의 빗장을 푸는 심리적 효과
성기능에 술의 효험을 보았다고 하는 경우는 심리적인 효과라 볼 수 있다. 술은 억압된 심리적 압박감을 풀어주어 쌓였던 감정을 표출시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는 술이 뇌기능을 흐리게 하는 일종의 마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셨을 때 성욕이 강해진다는 것은 알코올로 인해 섹스의 마이너스 요인인 근심 걱정 우울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억제 요인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이다. 즉 발기부전의 원인이 성감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심인성에 의한 것이었다면 알코올이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성감을 떨어뜨리고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척추 하부에 있는 발기 중추를 자극해 발기가 쉬운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혈액 1리터당 알코올의 양이 0.1g 이하일 경우 성욕이 증가하나 발기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발기를 지속하거나 유지하는 능력 또한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과음은 여러 장기에 이상을 가져옴은 물론 자칫 남성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
◇술과 성기능의 상관관계
과음에 의한 성기능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일회성 임포텐츠(발기부전)다. 즉 폭음을 한 날에는 발기가 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과다한 알코올이 본능을 관장하는 대뇌의 구피질까지 마비시키기 때문인데, 술이 깨고 나면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일시적 임포텐츠가 고질적인 임포텐츠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대부분에서 임포텐츠가 발견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또한 상습적인 음주는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방해하며 신경 손상을 야기한다.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을 일으키며 남성의 생식선에 딸린 기관의 발육과 이차성징을 촉진한다. 또한 정자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데 필요한 보효소는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필요한 보효소와 동일하기 때문에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고환 내의 보효소가 알코올의 분해를 돕게 된다. 따라서 고환 내에서는 보효소의 부족 현상이 일어나 테스토스테론이 잘 만들어지지 않게 되고 음주 후 섹스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알코올이 직접 고환 장애를 유발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과음은 간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남성호르몬 결핍을 부채질한다. 발기는 신경혈관학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습관적인 음주에 의해 손상된 신경 때문에 발기부전이 일어날 수 있다. 적당한 음주는 경직된 감정과 근육을 이완,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해줘 멋진 섹스를 도와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떠한 분위기나 물질에 의존해야만 사랑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을 망가뜨리는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성적 능력을 고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소량이라도 발기 등 성적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발기가 안 되는데 사정 시간이 연장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성기능 장애를 가진 분들이라면 술이 독약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