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파괴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부부끼리 배우자를 바꿔 가며 성행위를 하는 스와핑(swapping)이 사회에 노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행위의 주체자들이 30~40대 고학력.전문직종이어서 사회 파장은 깊고도 넓다. 스와핑은 정신과 영역에서 성도착증과 같은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의학계 내부에서도 치료 대상 질환인가, 아니면 도덕의 범주에서 해석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최근 급증하는 파행적인 성행태, 과연 어떤 문제들을 갖고 있을까.

  지난달 말 3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정신과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다.그 녀는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려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상담 30여분 만에 그녀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의사에게도 충격이었다.남편의 강요와 설득에 의해 스와핑과 3S(세 사람이 함께 성행위를 함)를 한 뒤, 점차 질곡에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그녀는 현재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지만 '과거'를 빌미삼아 협박하는 남편에 의해 이혼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스와핑이 단순히 쾌락을 위해 재미삼아 하는 놀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한 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스와핑을 겉으로만 보면 좀더 자극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를 행하는사람들의 심리 저변에는 열등감. 불만족. 허무감. 무기력 등이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마치 마약을 하듯 현실의 고통에서벗어나려는 행위가 스와핑과 같이 금기를 깨는 섹스라는 것. 따라서 박교수는 현재 질병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이들을대상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정신과 치료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분류 영역은 성도착증
 그 렇다면 성도착증은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진단할까. 흔히 변태로 불리는 성도착증은 성적 쾌락을 얻기 위해 정상적인 성행위가 아닌비정상적 상상. 대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다. 6개월 이상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확진한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절반이상이 18세 이전에 발병하며, 원인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유년기 성폭행, 성호르몬 장애, 대뇌 질환 등이 꼽히지만, 아직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성인이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소아기호증. 가해자의 나이가 어린이보다5세 이상 많을 때 진단한다.

 성 행위나 성기를 반복적으로 훔쳐보며 성적 만족을 얻는 관음증도 있다. 또 자신의 성기를 무방비 상태의 낯선 사람에게노출시킴으로써 성적 흥분을 얻는 노출증, 여성의 속옷.음모 등을 수집하는 여성물건애, 이성의 복장을 입으며 쾌감을 느끼는의상도착증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스와핑이 이들 성도착증과 다른 것은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 따라서 부부교환을 하는 과정은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설득. 강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권태기를 벗어나 부부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대 개 이들 부부는 파탄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전혀 설득력이 없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또 이러한 새로운 경험은 일시적으로'동지애. 공범의식'을 느끼게 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오래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박교수는"부부 사이가 좋을 때는 서로의 비리를 덮어주지만 틀어지기 시작하면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되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정해진수순"이라고 말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 내면에 있는 초자아(超自我)의 거부. 금지된 행위를 할 때는 호기심과 흥분이동반하므로 터부를 깨는 희열이 있다. 그러나 초자아라는 양심이 곧 죄책감을 부른다.

 어 머니와 성관계를 맺고 자신의 눈을 찌른 뒤 평생 고통 속에 산 오이디푸스가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을 대변한다. 특히 죄책감은우울증. 자해.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스와핑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도 있다. 성의학자 설현욱 원장은 "스와핑은 혼전 동거.계약결혼 등 개방결혼의 극단적 형태일 뿐 성도착증처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아니다"고 들려준다. 즉 성행위의 다양한 스펙트럼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 부부교환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이라고 항변하기도한다.

  그럼에도 스와핑을 성문화의 또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는 데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부 부교환 광고를 싣는 미국, 그리고 미국보다 스와핑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럽의 성문화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는것이다. 박교수는 "부부가 신뢰를 갖고 쌓은 성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모델이 된다"며 "파국적인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부부교환은 치료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