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성인용품 쇼핑몰 바나나몰의 AV 관련 시상식 이벤트, 랭킹 집계 등의 전반적인 부분을 맡으면서 느낀 게 있다면 우리나라 남정네들이 미카미 유아와 오구라 유나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카미는 지난 3월에 개최된 ‘바나나몰 어덜트 그랑프리’에서 대상 부문이라고 볼 수 있는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오구라는 ‘올해의 화제상’ 등 총 4개 부문 수상자로 결정돼 자신의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해에 열렸던 ‘바나나몰 어덜트 그랑프리’에서도 미카미는 대상 부문이던 ‘올해의 여배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오구라는 ‘올해의 친한파상’, ‘올해의 화제상’ 등 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올해의 친한파상’을 수상했다.
한국 AV 배우 인기 랭킹을 봐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미카미는 지난 1년간 아홉 달에 걸쳐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네 달 연속 1위,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네 달 연속 1위, 그리고 이번 8월에도 1위다. 3위 밖으로 벗어난 적도 없다.
오구라도 만만치 않다. 지난 1년간 일곱 달에 걸쳐 랭킹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미카미 다음가는 랭킹 성적이다. 작년 9월부터 10월, 올해 2월부터 3월 각각 두 달씩 2위를 차지하더니 지난 5월부터는 무려 네 달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 랭킹으로는 미카미가 조금 앞서고, 시상식 수상 결과로는 오구라가 조금 앞선다. 용호상박이다. 한국 구글(Google), 네이버(Naver), 다음(Daum) 등 포털 검색량도 마찬가지다. 미카미와 오구라가 번갈아 가며 1위, 2위 경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The Naked Director)’의 완결을 담은 마지막 시즌이 지난달 24일 공개됐다. ‘무라니시 도루(村西とおる)’라는 AV 감독의 인생을 드라마적으로 풀이한 해당 드라마는 전 세계 동시 공개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첫 번째 시즌에서 비판받았던 ‘미화’ 논란을 의식한 때문인지, 시즌 2에서는 동료와의 불화, 미성년자 출연 의혹 등을 다루며 인생이 몰락하는 과정을 담아내려 ‘나름의’ 노력을 한 듯싶다. 시즌 1이 AV 업계의 생리를 다뤘다면 시즌 2는 한 인간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올해 초부터 대국민 인터넷 투표를 진행했던 ‘바나나몰 어덜트 그랑프리’, 이른바 ‘딸카데미’라 부르는 AV 작품 시상식 결과가 발표됐다. 총 20개 부문, 60명 이상의 후보가 경쟁을 펼쳤던 해당 시상식에는 약 5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투표에 참가했다.
주요 시상 부문은 총 6개로 ‘올해의 작품상’, ‘올해의 주연상’, ‘올해의 친한파 작품상’, ‘올해의 친한파 주연상’, ‘올해의 신인 작품상’, ‘올해의 신인 주연상’으로 나눠졌다. 기타 장르 부문이 14개로 분류됐다.
대상 부문과 마찬가지였던 ‘올해의 작품상’은 미카미 유아의 작품이 수상했다. 총 27%의 득표율로 모모노기 가나(21.7%), 가에데 가렌(16.3%), 아오이 쓰카사(14.6%)를 무난하게 꺾었다. ‘국민적 아이돌’이라 불리는 AV 스타다운 결과였다.
텐가, 바나나몰, 새티스파이어, 사가미, 우머나이저….
나름대로 유명한 어덜트 기업과 브랜드 이름은 귀에 익숙한 편이지만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건 아직 겁이 난다. 성인용품은 무리다.
심지어 콘돔도 어렵다. 이 나이 먹고도 콘돔 하나 사기가 껄끄럽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앞에 콘돔 박스를 내려놓기 곤란하다. 바코드 찍기를 기다리는 순간이 떨린다. 나는야 전형적인 한국 사람. 뭔가 극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평생 가도 고쳐지지 않을 거 같다. 의외로 많다. 해외에서 자유로이 쓰이는 성인용품은 둘째치고, 콘돔 하나 사기 쑥스러워하는 이들이 아직도 꽤 된다.
닳고 닳은 우리도 이 정돈데, 풋풋한 사랑을 시작한 새싹들은 오죽할까? 그대들은 알고 있는지? 콘돔은 일반적인 성인용품이 아니란 것을. 콘돔이란 가장 간편히 쓸 수 있는 피임 도구이자 성병 예방 장치다.
정치색을 가리지 않는다. 인종이나 국가도 이곳에서는 모두 ‘위 아 더 월드’다. 한 가지 한 뜻으로 ‘사정’의 미학을 외치며 동영상을 찾아 헤맨다.
세계 최대의 성인 동영상 플랫폼 ‘폰허브(Pornhub)’는 그런 곳이었다. 제공하는 성인 동영상이 1300만개 이상이었다. 이곳은 야동의 성지고, 모니터 속의 종교였다.
지난 14일, 이른바 ‘폰허브 대란’, ‘폰허브 사태’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작 3일 만에 1000만 개 이상의 성인 영상이 삭제됐다. 폰 허브에서 제공되던 성인 영상 중 80%가 넘는 양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인터넷이 난리였다. 내가 즐겨보던 ‘야동’이 사라졌고, 내가 매주 챙겨보던 ‘명작’이 없어졌다고 떠들었다. 대개 이런 의견이었다. “도대체 이런 비극은 왜 일어난 것인가?”
2018년 10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매출 1위 ‘쿠팡’에서 판매된 ‘리얼로다 제니’(이하 제니)라는 성인용품 때문이었다. 실제 여성의 음부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이 제품은 발매와 동시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니 발매는 국내 성인용품 역사에서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북미와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만 발매되던 ‘실물 복제 성인용품’이 국내에 선보인 순간이었고, 일반인 여성 ‘제니’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성인용품 시장의 중심에 선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불어오던 페미니즘 바람과 더불어 ‘여성의 성 상품화’, ‘여성의 성적 수치심 유발’ 등 다양한 비판이 잇따랐다. 제니의 개인 인스타그램은 신고 누적으로 폭파됐다. 유튜브 채널도 ‘노란 딱지’를 피해가지 못했다.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본인은 바나나몰의 ‘장애인 성인용품 발매’라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도쿄, 광저우 등을 오가는 와중에 제니 발매 소식을 들었다. 국내 언론과 커뮤니티가 난리라는 소식도 함께.
생각해보니 빼먹은 게 하나 있다.
2019년 ‘스포츠 경향’을 통해 ‘정윤하의 러브월드’를 연재한 이후 AV 작품과 배우, 리얼돌과 성인사이트 차단 등 다양한 얘기를 하면서도 정작 이걸 빼먹었더라. 바로 피임과 성병 예방을 위한 필수 용품인 ‘콘돔’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콘돔 얘기를 좀 해보련다. 그대들이 떠올리기에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피임 도구라 하면 뭐가 떠오르나? 말할 것도 없다. 단연 콘돔일 게다. 구하기 쉬우면서도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선진국부터 개발 도상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배포되어 있다.
영국의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콘돔을 두고 “19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 말했다. 1950년대 발매돼 ‘성의 해방’이라 불렸던 경구 피임약이 20세기의 혁명이라면, 콘돔은 19세기 이전부터 활약했던 혁명의 원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