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발기부전은 거의가 심 리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믿음이다. 저 놈의 여편네만 보면 혈압이 오르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는 착각, 혹은 사회적 위축과 스트레스가 즉각 잠자리로 이어져 고개를 쳐들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수치스럽다거나 자존심의 문제 때문에 혼자서 고민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임상 결과 발기부전의 75% 정도는 심리적인 이유가 아닌 신체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억지로 아내를 미워하려 한다거나 세상만을 원망하는 일은 없기를….

  발기부전이 생기는 이유는 매우 다양해서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필요로 한다. 대개 발기부전의 원인은 크게 정신적 원인과 신체적 원인으로 구분 할 수 있다. 먼저 정신적인 원인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증, 정신분열증, 인격장애 또는 여러 신경증적 장애 등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다.

  성행위에 대한 무의식적인 죄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데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쏟는 경우, 서로의 성적 느낌이나 서로에게 바라는 행위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정신적 발기부전이 올 수 있다. 성 기능에 대해 잘못된 정보로 괜히 스스로에게 위축되는 경우도 발기부전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다. 또한 이런 정신적인 이유는 또한 대부분 신체적인 이유와 함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의사들은 반드시 신체적인 이상에 대한 검사를 받을 것을 충고한다.

  그렇다면 발기부전의 신체적인 원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발기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피의 소통’이다. 많은 양의 피가 들어와야 남성이 서는 법. 피가 들어오는 통로가 막힌다면 당연히 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골반이 골절되거나 회음부가 손상돼 음경동맥이 막히거나, 비만, 노화에 따른 동맥경화 등이 발기부전의 주범이 된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겠다. 즉 흘러 들어온 피가 오래 머물러야 단단히 설 수 있는 것인데, 피가 새나간다면 서도 시원치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저장 장애’라 하는데, 조직이 손상되거나 당뇨병 등에 의한 음경 정맥의 장애에 따른 발기부전이 이에 해당한다. 발기 신경에 문제가 생기거나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도 발기부전의 원인이다. 주로 외상이나 질병에 의해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다른 이유도 많지만 특히 당뇨병이 그 주범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50% 이상이 발기부전을 겪고 있으며, 정상인에 비해 10∼15년 먼저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심지어 당뇨병 환자의 12% 정도는 발기부전이 당뇨병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뇨 자체보다는 말초신경병과 혈관의 동맥경화 등의 합병증이 발기부전의 이유가 된다. 그밖에도 고혈압, 신장 질환, 약물 부작용, 흡연, 비만,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노화 등도 발기부전의 신체적 원인에 해당한다.